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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ddit] 영원한 마흔
    레딧 짧은 괴담 번역/단편 괴담 2022. 4.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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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dit] 영원한 마흔

     

     

    내 아내 지나와 나는 같이 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

     

    아내는 지역 골프 클럽에서 세례식, 결혼식, 성인식 등을 기획하는 이벤트 플래너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 중 하나일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까다롭고 비판적이며 모든 게 완벽해야 한다.

     

    필라델피아 호텔의 매니저로 일하는 나 역시 아내 지나만큼 바쁘다. 가끔은 하루를 이겨내는 게 거의 기적에 가까워보인다.

     

    집을 청소할 때마다 다음 날이 되면 다시 엉망이 되어버린다.

     

    남북 전쟁 시대에 지어진 집은, 항상 수리가 불가피하고 불리한 입장에서 벗어나기가 너무 어렵다.

     

    지나와 나는 결코 함께 보낼 시간이 없어 보였고 다시 한번 크리스마스 시즌이 가까워졌다.

     

    지나와 내가 고대했던 한 가지는 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하기 위해 동네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에 가는 것이었다.

     

    매년 거기 있는 거스는 좋은 사람이다. 그는 우리가 가는 내내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우리는 예년과 같이 거스를 만나면서 블랙프라이데이 전통을 이어갔다.

     

    나무 한 그루에 10달러 정도만 청구하는 것을 보면 그는 그 일을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 같지 않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우리는 그의 톱 한 개를 빌려서 고민 끝에 적당한 나무를 골라 베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다음 날 우리는 거실에 새로운 바닥재를 깔기도 결정했다.

     

    나는 원래 100년 이상 된 나무 바닥을 항상 좋아했지만 그건 너무 닳아서 그걸 교체해야 했다.

     

    우선 거실바닥을 제거하기로 결정했고, 나무 바닥재 하나 하나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바닥재 밑에는 침목처럼 굵고 둥근 원목 들보가 있다.

     

    나무 바닥재를 계속 떼어내자 35mm짜리 오래 된 영사기와 필름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바닥을 제거하는 일을 끝내고 싶었지만, 그 필름에 뭐가 들어있는지 너무 궁금했다.

     

    나는 식당에 있는 낡은 프로젝터를 꽂고 창문 차양을 닫았다.

     

    필름을 설치하기 정말 힘들었지만, 마침내 영사기를 작동시켰다.

     

    기계가 돌아가면서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것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건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앉아 있는 우리 둘, 지나와 나였다.

     

    영상의 질은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찍힌 것처럼 보였다.

     

    누가 이 영상을 찍었는지, 어떻게 영상이 그렇게 오래 되어 보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영상을 계속 보면서, 나는 지나와 내가 항상 아둥바둥 사느라 정신이 없어서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몇 살인지 생각하려고 노력했지만 40까지 세고 나서 멈추었다. 그러고나서 지나의 나이 역시 세려고 했지만 똑같이 40 이후로 나이를 셀 수가 없었다.

     

    지나는 가슴아픈 유산을 겪었었다. 그 후 우리는 다시는 아이를 가지려고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바쁘게 지내는 한, 우리는 둘 다 유산이나 우리에게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았다.

     

    지나는 위층에서 옷장을 재배치하고 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영상을 보러 오라고 소리쳤다.

     

    영상을 보고 그녀는 나와 같은 것을 느꼈고 우리 둘은 잊고 있던 뭔가를 불현듯 깨닫고 있었다.

     

    우리 둘 다 지난 세월 동안 아둥바둥 사는 데 정신이 팔려 나이를 먹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우리 둘 다 서로를 쳐다봤고 난 "우리 둘 다 40살인거 맞지?"라고 말했다.

     

    지나가 나를 보고 "그렇지, 근데 사십몇살이지?" 라고 말했다.

     

    우리는 둘 다 외동이고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우리의 직업은 둘 다 잦은 인사 이동으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에 우리 둘 다 10년동안 누군가와 함께 일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우리 둘은 그저 완전히 어리둥절해 있었다.

     

    나는 5년마다 우리가 새 중고차를 사고 보통은 가장 최신형 핸드폰으로 바꾼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둘 다 우리가 어떤 나이에 갇힌건지 추측할 수가 없었다.

     

    나는 지나에게 물었다. "여보가 몇 년 생이지?"

     

    그녀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모르겠어!"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자기는 몇 년 생이야?"

     

    나도 똑같이 대답했다. "나도 모르겠어."

     

    어렸을 때 밖에서 놀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역사적인 벨뷰 스트랫포드 호텔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 이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전부였다.

     

    지나도 필라델피아 골프 클럽에서 일하는 것밖에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리 둘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가 단지 일부러 바쁘게 지내서 아이가 없는 것, 부모가 없는 것, 나이를 먹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는 정말로 친구가 없었고 회사에서 나눈 대화들은 그냥 일과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 둘 다 지난 몇 년 간 여러 명의 새 상사를 만났고 우리는 그저 그 흐름에 순응했다.

     

    만약 내가 이 35mm짜리 필름 영사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나와 나는 이런 대화를 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왜 아무것도 대화하지 않는지에 대한 대화로 이어졌다.

     

    우리 둘은 그저 시대에 뒤떨어진다.

     

    우리는 절대 여행하지 않는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때에만 휴가를 내고 우리 돈은 그냥 은행 계좌로 들어간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가 대화를 중단한 지 수십년만의 첫 대화일 것이다.

     

    나는 말했다. "지금 몇 년도지?"

     

    지나가 대답했다. "모르겠는데 이천몇년?"

     

    나는 대답했다. "우리 1999년엔 뭐했지?"

     

    지나가 대답했다. "우리 둘 다 일한거 알잖아."

     

    그리고 나는 말했다. "1989년엔? 1979년엔? 1969년이나 1959년엔?"

     

    우리 둘 다 혼란스러워하며 서로를 바라봤다.

     

    나는 스스로 대답했다. "우리 둘 다 일했었어."

     

    그리고 말했다. "몇 년도에 여보가 유산했었지?"

     

    내 말을 들은 지나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절대 꺼내서는 안 될 얘기를 꺼낸 것 같았다.

     

    나는 혼자 생각해내려고 노력한 끝에 유산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안개 낀 기억 너머로 넘겨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낡은 거실바닥을 바라보며 뭔가가 뇌리를 스쳤다. 나는 100년도 훨씬 전에 이 바닥에 누웠던 것을 기억했다.

     

    나는 지나에게 말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우리는 전기가 없는 시대부터 전기가 있는 시대까지 살았고 말을 몰던 시대부터 차를 모는 시대까지 살았어. 이게 다 그냥 일어났어."

     

    지나가 말했다. "그래. 모든 게 다 그냥 일어났어."

     

    나는 항상 너무 어려서 참전할 수도 없던 나이와 40살 사이에 있었고 나머지 나이는 모두 잘라내었다.

     

    우리는 우리의 Bucks County 커뮤니티에서 집들이 지어지는 것을 보았지만 단지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았다.

     

    직사각형 모양의 우리 집처럼, 우리는 그냥 존재했다. 아무도 조약돌을 보고 "와 몇년동안 조약돌을 매일 보고 있어" 라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조약돌도 지나와 나처럼 그냥 있기 때문이다.

     

    영상이 끝나고 지나가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게 지금 무슨 의미지?"

     

    나는 대답했다. "모르겠는데?"

     

    나는 낡은 영사기를 내가 찾은 곳에 다시 갖다 놓았고 낡은 바닥재를 그냥 다시 깔기로 결정했다.

     

     

     

     

     

     

    아이가 없기 때문에 지나와 나는 서로의 사진을 찍지 않았다.

     

    부모님은 너무 오래 전에 돌아가셔서 사진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유산에 대한 생각은 우리 둘을 다시 반쯤 혼수상태로 만들었다. 우리는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은 아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 위해 여지껏 그랬듯이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그 해에 다시 오고 갔고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또 다른 나무를 구할 준비를 했다.

     

    우리가 거스의 나무 농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자 거스가 우리를 맞이했다.

     

    나는 35mm짜리 필름을 발견하기 전에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고 지나와 나는 우리가 몇 살인지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었다. 

     

    나는 거스에게 인사하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거스씨. 올해 잘 지내셨나요?"

     

    거스가 대답했다. "평소처럼 바빴죠 뭐. 알잖아요."

     

    나는 거스와 함께 일하다가 불행히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났던 거스의 아내가 생각났다.

     

    내가 거스를 만나는 유일한 때는 트리를 구하러 오는 크리스마스 시즌 뿐이다.

     

    조약돌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스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지 나무를 구해서 주차장에 있는 자신들의 차에 싣고 떠난다.

     

    나는 거스에게 말했다. "거스씨. 지나와 제가 여기 몇년 동안이나 왔죠?"

     

    거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정말 모르겠네요."

     

    나는 말했다. "5년? 10년? 20년? 50년? 100년? 얼마나 됐을까요?"

     

    거스는 나를 흘긋 보고 말했다. "제가 원래 그런거 신경 안 쓰는거 알잖아요."

     

    나는 말했다. "그럼 크리스마스 트리를 손질해서 판 지는 몇 년이나 되셨어요?"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이런, 진짜 모르겠네요. 지금이 정말 몇년도인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말했다. "저는 당신이 아내와 함께 일하던 때를 기억해요."

     

    그 다음 거스는 적어도 30초동안 멍해있었다. 죽은 아내를 떠올리지 않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온 것 같았다.

     

    거스는 차츰 주의를 되찾아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그래요. 당신의 아내가 임신한 해에 제 아내가 죽은 것으로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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