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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ddit] 내가 깊이 잠든 사이
    레딧 짧은 괴담 번역/단편 괴담 2026. 5. 2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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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dit] 내가 깊이 잠든 사이

     

    내가 십 대였을 때, 우리 가족에게 갑작스러운 변화가 찾아왔다. 아버지는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지만, 나는 분위기로 몇 가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내게는 남동생이 둘 있었다. 하나는 나보다 여섯 살 어렸고, 하나는 여덟 살 어렸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가족은 갈라지게 되었다. 동생들은 엄마와 살게 되었고, 나는 아버지와 남았다. 이삿짐 상자가 잔뜩 쌓였고, 상처 주는 말들이 오갔으며, 밤늦게까지 힘든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 가계도는 조금 더 복잡해져 있었다.


    그런 상황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 특히 십 대에게는 더 그렇다. 그 나이에는 원래 자기 나름의 문제들이 있고, 삶 전체가 뿌리째 뽑혀 나가면 세상을 이해하는 일은 훨씬 어려워진다. 아버지와 나는 더 작은 집으로 옮겨야 했고, 나는 전보다 훨씬 깊어진 고요에 익숙해져야 했다. 엄마와 동생들과는 거의 매일 연락했지만, 모든 것이 예전과 같아질 수는 없다는 게 분명했다.


    한 달쯤 지나자 엄마는 이미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 새로 시작된 관계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무척 힘든 상태였지만, 내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내게도 내 삶이 있었고, 늘 아버지와 함께 있을 수는 없었다. 그 덕분에 아버지에게는 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여유가 생겼다. 낚시를 가거나, 직장 동료들과 당구를 치는 일 같은 것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예이츠 씨가 등장한 건 바로 그 무렵이었다.


    몇 년 전 어느 토요일이 기억난다. 나는 오전 11시쯤 일어나 점심으로 컵라면을 끓여 먹고는, 아버지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버지는 보통 새벽 6시면 일어나는 사람이었기에,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아버지 방 문이 열려 있어서 나는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버지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멧돼지처럼 코를 골고 있었다. 신발도 그대로 신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술을 조금 과하게 마셨나 보다 생각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 순간, 어쩌면 아버지가 이 모든 일을 생각보다 훨씬 힘들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렌지주스 마지막 잔을 아버지 몫으로 남겨 두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메모를 조리대 위에 적어 둔 뒤 그를 그대로 두었다.


    저녁을 먹으러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일어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일어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머리는 엉망이었고, 옷도 그대로였다. 스토브 위에서는 라비올리를 끓이고 있었고,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버지는 하품을 했다. 분명 샤워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괜찮아요?” 내가 물었다.


    “뭐가 좀 오는 것 같아.” 아버지가 중얼거렸다. “강가로 낚시를 갔는데, 뭔가… 모르겠다. 뭘 옮은 것 같아. 물고기는 못 잡았지만.”


    “독감 걸린 거예요?”


    아버지는 라비올리를 저으며 고개를 저었다.


    “독감은 아니야. 바이러스도 아니고. 감염은 절대 아니야. 알레르기인가?”


    그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하품했다.


    그리고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조리대 위 병 안에는 바비큐용 라이터가 하나 있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집어 들고, 나무 숟가락 하나를 잡은 뒤 스토브에서 물러났다. 라비올리는 끓어넘치고 있었다. 아버지는 숟가락 끝에 불을 붙였다. 그동안 나는 저녁을 구하려고 달려가며 대체 뭐 하는 거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내가 미쳤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뭐?” 아버지가 숟가락을 횃불처럼 들고 물었다. “왜 그러는데?”


    “그거 꺼요!”


    “잠깐이면 돼.”


    “뭘 잠깐 해요?”


    내가 라비올리 냄비를 치우자, 아버지는 불을 껐다. 그리고 탄 숟가락을 칼처럼 쥔 채, 우리 집 현관문 안쪽에 숯으로 ‘X’를 새겼다. 내가 묻기도 전에 아버지는 침실로 향했다.


    “난 아직 깬 게 아니야.” 아버지가 말했다. “전부 예이츠 씨야. 전부 다.”


    바닥에는 반쯤 탄 나무 숟가락이 떨어져 있었고, 라비올리는 너무 익어 버렸으며, 아버지는 다시 침실에서 곯아떨어져 있었다. 유일하게 의도적으로 보이는 것은 문에 그어진 ‘X’뿐이었다.


    나는 그 일로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는 데리러 갈까 물었지만, 나는 괜찮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았다. 우리 둘 다 아버지의 이런 면은 본 적이 없었다. 결국 나는 부엌을 조금 치우고, 영화를 본 뒤 자정이 조금 지나 침대로 느릿느릿 들어갔다. 아버지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문에 그어진 ‘X’를 지우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페인트까지 긁어 놓은 상태였다.


    완전히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날 한밤중에 아버지가 돌아다니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몰래 다니려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아버지는 침실과 욕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에는 쓰레기통을 걷어찬 소리도 분명 들었다. 노래를 조금 부르는 소리도 있었던 것 같다. 새벽 2시 30분에 그런 걸 알아차린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다행히 다음 날에는 모든 것이 괜찮아 보였다. 아버지는 일찍 일어나 아침을 만들고 있었다. 오전 9시에 나를 깨웠고, 부엌에는 팬케이크와 베이컨 냄새가 가득했다. 아버지는 그 나무 숟가락을 쓰고 있었지만, 숟가락 끝의 탄 자국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좀 나아졌어요?” 나는 칫솔을 손에 든 채 물었다. “어제 완전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게 뭐였는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말했다. “이젠 괜찮아. 나는 두 장 먹을 건데, 넌 몇 장 먹을래?”


    그가 팬 속의 베이컨을 가리켰다. 아버지는 내가 두 장을 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예이츠 씨가 누구예요?” 내가 물었다.


    아버지는 베이컨 뒤집는 것도 거의 잊은 채 나를 돌아보았다. 눈썹이 올라갔다.


    “예이츠 씨?”


    “네. 아빠가 예이츠 씨 어쩌고 했잖아요.”


    “예이츠 씨 같은 사람은 없어.”


    “그럼 왜 그렇게 말했어요?”


    아버지는 다시 팬으로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낮게 중얼거렸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일상은 대체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평소처럼 자기 일을 했고, 나는 과제에 파묻혔다.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은 가차 없었고, 설령 원했다 해도 아버지를 위해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과, 좋아하던 어떤 여자애를 향한 필사적인 구애를 포기한다고 해도, 내 삶에는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한발 물러나 아버지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이상한 점 몇 가지는 눈치채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 현관문 안쪽의 숯으로 그은 ‘X’가 다시 채워져 있었다. 아버지 이불에는 검은 얼룩이 묻어 있었고, 아버지는 이틀에 한 번씩 그것을 빨았다. 또 오른쪽 눈이 감염된 것처럼 아주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안약 같은 연고도 받았지만 별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따금 밤이면 아버지가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때로는 그대로 문밖으로 나가 몇 시간씩 사라지기도 했다.


    어느 날 밤, 나는 아버지와 직접 이야기하기로 했다. 새벽 2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고, 부엌에서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일어나 침실을 나와 모퉁이를 돌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냉장고 불빛 속에서 아버지가 보였다. 실루엣만 봐도 전혀 내 아버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물건들을 꺼내 조리대 위에 쌓고 있었다. 시리얼, 오렌지주스, 살라미, 그리고 델리에서 산 고급 슬라이스 치즈. 내가 전등 스위치를 켜자, 그는 조명에 들킨 바퀴벌레처럼 확 몸을 세웠다.


    나는 즉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세뿐만 아니라 머리를 빗어 넘긴 방식도 달랐다. 평소에는 머리를 뒤로 넘겼지만, 지금은 가운데 가르마를 타고 있었다. 평소처럼 느긋한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불법적인 일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당장이라도 전력 질주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뭐 하는 거예요?” 내가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여보세요?” 내가 다시 말했다. “뭐 하고 있냐고요.”


    그래도 대답은 없었다. 그는 내가 무슨 끔찍한 일로 자신을 고발하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한 걸음 다가서자, 그는 들고 있던 것들을 전부 바닥에 떨어뜨리고 칼을 꺼냈다.


    그건 내가 아버지에게서 상상할 수 있는 어떤 행동과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장면은 내 머릿속에 거의 새겨지듯 남았다. 그는 짐승 같은 거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보니 그것만이 아니었다. 얼굴에는 곰보 자국 같은 흔적들이 있었다. 그리고 눈. 눈에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 단순히 표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그건 충혈이었다. 그는 왼쪽 눈이 감염되어 있었다.


    반대쪽 눈이었다.


    나는 말을 멈췄다. 그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 채 서 있었다. 내 손이 어느새 올라가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치 벼랑 끝에 선 사람을 설득하려는 자세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난 예이츠다.” 그가 말했다. “예이츠 씨.”


    목소리는 낮고 쉰 데다, 약간 남부 억양이 섞여 있었다.


    “네가 여기 있는 줄 몰랐어.” 그가 이어 말했다.


    “저 여기 살잖아요. 우리 둘 다 여기 살아요, 아빠.” 나는 바로잡았다.


    “난 널 몰라.” 그는 부엌 아일랜드를 빙 돌아가며 칼끝을 내 쪽으로 겨누고 말했다. “네가 뭘 원하는지도 몰라.”


    “아빠? 뭐 하는 거예요?”


    “응?”


    그는 몇 번 눈을 깜박이고 눈을 긁었다. 자기 손을 살피듯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하품을 하고 칼을 떨어뜨린 뒤 곧장 침실로 걸어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내가 몇 번 노크했지만 대답은 없었다. 안에서는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이 되자, 나는 아버지를 앉혀 두고 이야기를 꺼냈다. 모든 걸 그대로 말했다. 문에 그어진 ‘X’, 밤중의 이상한 외출, 머리 모양, 눈, 냉장고를 뒤지던 일까지 전부. 모든 것이 드러나자 아버지는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그는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가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아버지가 말했다. “미안하다.”


    “그런 짓이라니요? 저한테 칼을 들이댄 거요?”


    “그건 당연히 선을 넘은 일이야. 심하게 넘었지. 애초에 그가 그런 짓을 하면 안 되는데—”


    아버지는 말을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들어 봐.” 아버지가 천천히 말했다. “이건 내가 말하고 다니는 일이 아니야. 말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지점에 온 것 같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 아버지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예이츠 씨. 그 얘기를 해 보자.”


    “아빠는 예이츠 씨 같은 사람은 없다고 했잖아요.”


    “기술적으로는 그 말이 맞아.”


    아버지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부엌 조리대를 가볍게 두드렸다. 마침내 그는 고개를 들고 오른쪽 눈을 조금 긁었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그게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야.”


    아버지는 엄격한 집안에서 자랐다. 나는 조부모를 전혀 알지 못했지만, 아버지는 그들을 자기 삶에 들이고 싶지 않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했다. 그들에게는 이상한 규칙이 있었다. 아버지가 잘못을 하면, 그가 사랑하는 것에 숯으로 ‘X’를 그리게 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일 수도 있었고, 그림일 수도 있었고, 심지어 가족이 키우던 개일 수도 있었다. 사소한 잘못 하나하나에 엄격하고 기묘한 벌이 붙었다.


    “그 사람들은 영혼이 너무 무거워지면 깊이 가라앉아서 사탄이 널 끌어내릴 수 있다고 했어. 그리고 네가 발버둥치는 동안, 사탄은 네 자리에 다른 것을 넣어 둔다고 했지. 내 경우에는 그게 예이츠 씨였어.”


    “그럼 두 번째… 뭐예요, 또 다른 아빠 같은 거예요?”


    “그런 건 아니야.” 아버지가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을 겁주기 위한 존재였어. 부모님은 나를 보면서 나를 모른 척했고, 거기 있는 게 나인지 예이츠 씨인지 물었지. 내가 뭔가 나쁜 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스스로 조심하라는 암시를 주는 속임수였어. 그 사람들은 그걸 계속했어.”


    아버지는 더 자세히 설명했다. 그들이 “그 애”가 돌아오고 “예이츠 씨”가 사라지기를 기다린다며 저녁을 주지 않았던 일. 그것은 아버지로 하여금 사과하게 만들고, 자신이 착한 아이라는 것을 증명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이었다. 그들은 아버지에게 설거지를 시키거나, 잔디를 깎게 하거나, 무엇이든 시킬 수 있었다. 밤에는 아버지가 잠들지 않으면 사탄이 영혼을 지옥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척하며 그의 발을 잡아당겼다. 그것은 끊임없이 바른 길에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바른 길은 언제나 충분히 좁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다.” 아버지가 설명했다. “이게 어디서 비롯된 건지 모르겠어. 내 생각에는 내가 몽유병을 겪는 것 같은데, 나는 한 번도…”


    아버지는 말을 흐렸고, 내게 따라올 시간을 주었다.


    “매일 밤 그러는 건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그냥… 가끔요.”


    “예이츠는 늘 장난꾸러기 같은 존재로 묘사됐어. 약간 못된 요정 같은 거지. 창턱에 놓인 애플파이를 훔치거나 신발 끈을 서로 묶어 놓을 법한 그런 존재. 냉장고를 털고 칼을 들이댈 존재는 아니야.”


    “하지만 그랬어요. 아빠가 그랬어요.”


    “맞아. 내가 그랬지.”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지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무언가가 달라진 것이다.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좀 더 제대로 파악해 보려 했다. 아버지는 밤마다 침실 문을 잠그기 시작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매일 밤 일어나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흘에 한 번쯤은 그랬다. 어떤 때는 TV를 보거나 탄산음료를 몇 캔 들이켜기도 했고, 가끔은 신발을 신고 거리를 걸어 내려갔다.


    나는 그 패턴을 정리했다. 대체로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에 일어났다. 반드시 아버지가 잠들었을 때만 벌어졌지만, 정확한 시간은 달랐다. 아버지에게 나타나는 변화는 놀라울 만큼 분명했다. 단지 머리 모양이나 자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로 키가 조금 더 커 보였고, 피부에 옅은 그을림이 생겼다. 그리고 곰보 자국도 있었다. 아침이 되면 모두 사라졌다.


    그는 나를 몇 번 발견했다. 한 번은 그대로 달아났다.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또 한 번은 새벽까지 욕실 안에 틀어박혔다. 하지만 한 번은 호기심이 그를 이겼다.


    그는 소파 위에 서서, 과하게 들뜬 아이처럼 살짝살짝 뛰고 있었다. 시리얼을 상자째 먹으며 뉴스를 보고 있었다. 소리는 꺼져 있었다. 나는 한동안 문간에 서서 바라보았다. 그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받은 인상으로는, 그는 뉴스를 이해하고 있다기보다 화면의 색깔과 진지해 보이는 사람들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마침내 나를 발견하자 그는 뒤로 물러났다. 진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소파에서 뛰어내렸다.


    “시리얼은 가져요.” 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알 게 뭐예요.”


    그는 내게 쉭쉭거리며 문 쪽으로 물러났다.


    “근데 왜 소리도 안 켜고 보고 있어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못 듣잖아요.”


    나는 리모컨을 집어 들고 음량을 올렸다. 그의 관심은 이 새로운 상황에 사로잡힌 듯 곧장 화면으로 돌아갔다.


    “저들이 말해?” 그가 쉭쉭거리며 물었다. “나한테 말하는 거야?”


    “TV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그게 저 사람 이름이야?”


    그가 뉴스 진행자 한 명을 가리켰다.


    “저 사람요?”


    “저 사람이 TV야?”


    “아니요?”


    나는 그에게 텔레비전이라는 개념을 설명해야 했다. 거의 20분은 걸렸다. 그동안 그는 가장 이상한 추가 질문들을 던졌다. 어떻게 사람의 이미지를 기록할 수 있느냐. 그 이미지가 어떻게 내 집에 나타나느냐. 내가 그 자리에 가 본 적도 없는데, 그들이 한 말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느냐.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한 시간이 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것에 완전히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한 시간이 끝날 무렵, 그는 다친 동물처럼 소파에 웅크린 채 장식용 쿠션을 끌어안고 있었다.


    “난 여기 있고 싶지 않아.”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 오고 싶다고 한 적 없어.”


    그는 왼쪽 눈을 긁었다. 가려운 건지 우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럼 왜 여기 있는 거예요?” 내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그는 내 의도를 가늠하려는 듯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내가 진심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는 조금 더 몸을 기울였다. 갑자기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넓은 얼굴에 이빨을 드러낸 커다란 미소였다. 그는 노래하듯 대답했다.


    “그가 너무 가까이 보았고, 너무 많이 눈을 깜박였지. 그는 위에 눈 하나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르네.”


    “무슨 말—”


    “아무것도 아닌 먼지 조각, 하지만 네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 저무는 하늘, 어머니의 사랑, 구원받지 못한 영혼.”


    그는 소파 위에 올라가 내 주의를 요구하듯 손뼉을 한 번 쳤다. 그리고 시를 낭송하듯 양팔을 펼쳤다. 거의 셰익스피어 같았다. 그가 스탠드를 걷어찼지만, 그것조차 그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그는 설탕에 취한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아아, 그래, 너는 할 수 있고, 너는 하리라! 눈을 축복하라, 오 여전히 축복받은 눈이여! 빙글 돌고 시선을 피하라, 또 하루 죽기 위해 살아남으리!”


    그는 나를 향해 돌아섰다. 얼굴이 빨개진 채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감염된 눈 안에서 피가 엉기는 것이 보였다.


    “소리치고 떨며, 어서 떠나라! 파랑이 비밀이다—”


    장식용 쿠션을 찢어발기더니, 그는 솜을 퍼레이드의 색종이처럼 위로 던졌다. 두 손을 천장으로 들어 올리고 과장된 웃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해바라기들이 알고 있다!”


    나는 그저 앉아서 숨을 헐떡였다. 그는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웃고 있었다. 나는 소파에서 내려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는 쿠션을 찢고, 빙글빙글 돌고, 가구를 걷어차고, 갑자기 몰아치는 격렬한 비명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런 여과 없는 비명은 누군가 뼈가 부러지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나 들을 수 있는 종류였다.


    잠시 뒤 그는 긴장증 상태처럼 굳어졌다. 그는 소파 위로 쓰러졌지만, 나는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경찰이 문을 두드렸을 때도 놀라지 않았다. 당연히 누군가 신고했을 것이다. 신고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테니까. 손전등을 든 건장한 남자 두 명, 굳은 표정, 그리고 많은 질문.


    그들을 돌려보내는 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렸고, 그마저도 누군가 나를 확인하러 다시 들르겠다는 데 동의해야 했다. 그동안 아버지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예이츠 씨는 밤도둑처럼 그의 몸에서 빠져나갔고, 아버지를 지치고 반쯤 잠든 상태로 남겨 두었다. 나는 실제로 그 변화가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가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기는 모습. 다른 쪽 눈이 가려워지기 시작하는 모습.


    그리고 얼굴의 곰보 자국이 사라지는 모습까지.


    다음 날, 우리는 거실을 치우면서 내가 본 모든 일을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 광기 어린 독백은 아버지에게도 아무 의미가 없었고, 거실 전체를 청소기로 밀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의 하루를 더 낫게 만들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그것을 해석할 수 없었다. 그는 그 내용을 전부 적어 놓고 몇 번이고 다시 읽었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시, 혹은 노래는 그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왜 밤에만 나타나는 걸까요?” 아버지가 부서진 스탠드를 집어 드는 동안 내가 말했다. “예전에는 그런 적 없잖아요.”


    “나는 원래 깊이 자는 편이었어.” 아버지가 어깨를 으쓱했다. “너도 그렇고.”


    “그건 대답이 아니잖아요.”


    “이 일에 대한 답은 나한테 없어.” 아버지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한동안은 네 엄마 집에 가 있는 게 좋겠다.”


    “이 모든 일을 겪고도요?”


    “이 모든 일을 겪었으니까 더더욱.” 아버지는 자극받은 눈을 긁으며 말했다.


    나는 조각 하나를 집어 쓰레기통에 버린 뒤,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를 두고 떠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냥 그에게 물어보면 어때요?” 내가 말했다. “말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럼 그냥… 얘기하면 되잖아요?”


    “그게 정말 좋은 생각 같니?”


    “어차피 조만간 또 나타날 거잖아요, 그렇죠?”


    “그렇지.”


    아버지는 마지막 조각들을 모아 쓰레기통에 떨어뜨렸다.


    “좋아.” 아버지가 동의했다. “그와 얘기해 보자.”


    우리는 며칠 밤 동안 적절한 타이밍을 잡으려 했지만, 예이츠 씨를 나타나게 할 수는 없었다. 대신 아버지는 매일 밤 손발이 모두 묶인 채 잠을 자야 했다. 잠들기에 가장 편한 방식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상대로 예이츠 씨는 돌아왔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돌아왔을 때, 나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매일 밤 아버지를 확인하며 손과 발의 매듭을 단단히 묶는 걸 도왔다. 그리고 마침내, 뭔가가 벌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울부짖는 소리로 시작되었고, 곧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침대에서 떨어져 바닥에서 몸을 비틀며 밧줄을 풀려고 하고 있었다. 징후를 알아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곰보 자국, 자극받은 반대쪽 눈. 그가 나를 보자 움직임을 멈췄다. 나는 침실 불을 켜고 그에게 몸을 숙였다.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내가 말했다. “괜찮아요?”


    “풀어 줘.” 그가 속삭였다. “풀어 주면 도와줄게.”


    “지난번엔 거실을 박살 냈잖아요.”


    “얌전히 있을게.”


    “그럼 질문 하나부터 해 보고, 이 상태로도 대화가 되는지 볼게요.” 내가 말했다. “왜 스스로를 예이츠 씨라고 불러요?”


    “그들이 날 그렇게 불러.” 그가 속삭였다. “내 이름은 아니야. 우리가 온 곳엔 이름 같은 건 없어.”


    “그곳이 어딘데요? 어디서 왔어요?”


    “난 질문에 대답했어.” 그가 두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제 네 차례야.”


    나는 그를 풀어 주는 일에 조심스러웠지만,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다. 내가 선의를 보이지 않으면 그도 협조하지 않을 터였다. 풀어 주자 상황은 나아졌다. 우리는 부엌에 앉아 그가 시리얼 한 상자를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으로 타협했다. 그 대신 나는 원하는 질문을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왜 밤에만 나와요?”


    “잠들면 빠져나와.” 그는 초콜릿 시리얼을 한 움큼씩 입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여기 오고 싶어서 온 거 아냐. 난 아주 조용히 있어.”


    “그렇게 조용해 보이진 않는데요.”


    “난 몇 년 동안 여기 있었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용히 있었지. 올려다보기만 했어. 귀찮게 안 했어. 근데 이제는 그냥…”


    그는 상자 바닥에 들어 있던 작은 경품을 집어 올렸다. 네온 초록색 플라스틱 큰부리새였다.


    “…이젠 상관없어. 뭐든 해도 되지. 한 잔 마시고, 뭘 걷어차고.”


    “뭐가 상관없는데요?”


    그의 시선은 현관문으로 향했다. 희미해진 ‘X’가 아직 그곳에 있었다. 다소 지워지긴 했지만, 윤곽은 여전히 보였다.


    “주황색 모래. 불의 강. 검은 상자들, 그리고 가장 붉고, 가장 죽은 눈들.”


    “지옥? 지옥 얘기를 하는 거예요?”


    “이름 같은 건 없어. 나처럼.”


    “지옥이 여기로 오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가 보지.”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온 거예요? 그… 주황색 모래, 불의 강이 있는 곳에서?”


    그는 초콜릿 시리얼을 입안 가득 문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엄지와 새끼손가락으로 네온 초록색 큰부리새를 들고는 갑자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웃음을 참지 못해 부엌 조리대 위에 시리얼 조각들을 흘렸다.


    “난 몰라!” 그가 킥킥 웃었다. “난 그냥 새잖아!”


    그날 밤 이후로, 나는 이따금 예이츠 씨와 그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낮에는 그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구해 두었고, 그 대가로 우리는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가끔 그는 지루해져서 달리러 나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는 몇 가지 답을 얻을 만큼은 그의 관심을 붙잡아 둘 수 있었다.


    대부분은 난해한 헛소리였고, 즉흥적인 노래와 춤으로 터져 나가는 말들도 있었다. 경찰을 부르게 만들었던 그때만큼 비명이 심하지는 않았다. 그가 한 말 중 몇 가지는 거짓말이거나, 웃는 걸 잊어버린 농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 가지에 대해서는 이상할 만큼 일관적이었다.


    그는 정말 다른 곳에서 온 것 같았다. 자신이 언제 태어났는지, 누구에게서 태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곳에는 ‘물건’이 없었다. 그는 ‘물건’을 가지고 노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그가 말하는 이미지들 중 일부도 반복해서 등장했다. ‘X’는 상징인 동시에 일종의 문자 그대로의 묘사였다. 드물게 명료했던 순간에, 그는 내게 털어놓았다.


    “그것들은 분해된 거야.” 그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 “이해 안 돼?”


    답답해진 그는 종이 한 장을 가져왔다. 종이를 반으로 찢고, 한쪽을 다른 한쪽 위에 올려 ‘X’ 모양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접기 시작했다.


    그것은 상자가 되었다. 그는 곧장 그것을 내 머리에 던졌다.


    “‘X’는 열린 상자야.” 그가 문에 있는 표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들이 온다는 뜻이지. 그리고 그들이 여기까지 오고 있다면, 난 착하게 굴 생각 없어. 치즈도 먹을 거고, 올리브도 먹을 거고, TV도 가질 거야. 왜냐면 그들이 오면 그걸로 끝이니까.”


    낮 동안 아버지도 이 일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 연락하고 지내는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먼 이복 이모나 삼촌뻘 되는 친척들, 한때 주변에 있었던 삼촌의 사촌들까지. 그들 대부분은 아버지가 어떻게 자랐는지, 조부모가 그에게 어떤 일을 시켰는지 알고 있었다. 몇몇은 예이츠 씨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 준 사람은 할머니의 이복 여동생이었다. 그녀에 따르면, 조부모가 처음부터 그렇게 잔인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녀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랬다.


    “어느 날 잠에서 깨더니, 다른 사람이 되기로 작정한 것 같았어.”


    그 말이 아버지의 관심을 끌었다.


    벽에 ‘X’를 그리기 전, 어린 아버지가 지옥으로 끌려갈 거라는 협박을 받기 전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뒤집은 것처럼, 하룻밤 사이에 아버지는 그 모든 것의 표적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유일한 단서는, 한밤중에 아버지에게 이따금 찾아오는 이 말도 안 되는 증상이었다.


    우리는 예이츠 씨에게 그 이야기를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며칠 밤 뒤, 석류 맛 껌 한 봉지로 그를 설득할 수 있었다. 그가 사실상 아무것도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닫고 나니, 그 순간 흥미로워 보이는 건 뭐든 소개해도 통할 것 같았다. 나는 완전히 맞았다. 그는 한 번에 껌 열 개를 씹다가 턱이 아파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완전히 차지할 수도 있어요?” 내가 물었다. “말하자면, 전부 다?”


    “응.”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긴 게임을 하면. 사람들이 우리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 시작하면, 우릴 밀어내기 시작하거든. 일종의, 어… 신체 반응 같은 거야.”


    그는 자기 왼쪽 눈을 가리켰다. 상태는 더 나빠 보였다.


    “보이지?”


    “그럼 당신이 사라진다는 뜻이에요?”


    “아, 그렇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난 끝내주게 한바탕 하고 갈 거야.”


    아버지의 눈도 점점 더 나빠졌다. 한때는 퉁퉁 부어 아예 감겨 버렸고, 안대를 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나아졌고, 그와 함께 예이츠 씨에게도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느려졌고, 대답하는 데 더 오래 걸렸으며, 조금 더 졸려 보였다. 나타나는 빈도도 줄었고, 대화를 이어가기도 더 어려워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와 이야기했을 때, 우리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딜 피클 한 병을 통째로 파먹으며 ‘쥬라기 공원’을 보고 있었다. 그는 영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최근에야 겨우 이해한 참이었다.


    “그럼 이 모든 게 끝난다는 거네요.” 내가 말했다. “불과 모래, 그리고…”


    “그러니까, 그렇다니까.” 그가 내 말을 끊으며 딜 피클 하나를 내게 던졌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게 당신한텐 별일 아니에요? 말 그대로 지옥인데?”


    “아니.” 그가 고개를 저었다. “다른 건 뭐 있어?”


    그는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채널을 돌리면 안 된다는 걸 몰랐다. 예절 같은 건 그의 분야가 아니었다. 나는 리모컨을 그에게 넘겨주었다.


    “난 그런 곳에 가고 싶지 않아요.” 내가 말했다.


    그 말에 그가 눈썹을 올렸다. 그는 몸을 돌려 불필요할 만큼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개인 공간도 그의 분야가 아니었다.


    “있잖아.” 그는 피클을 삼키며 말했다. “내가 멍청이고, 거짓말쟁이일 가능성은 생각해 본 적 있어?”


    “생각해 본 적 있죠.”


    “내가 틀렸다면?”


    “그럼 당신은 이 모든 짓을 헛수고로 한 거죠.”


    “헛수고는 아니지.” 그는 피클을 흔들며 말했다. “이게 전부야.”


    내가 마지막으로 예이츠 씨의 소리를 들은 것은 침대에 기어들어갈 때였다. 그는 평소처럼 뭔가를 뒤적거리다가, 갑자기 멈췄다. 숨이 느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잠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는 내 협탁 위에 무언가를 두고 거실로 돌아가 소파에서 잠들었다. 손은 여전히 피클 병 안에 들어가 있었다.


    아침이 되자 아버지의 눈은 완전히 나아 있었고, 내 협탁 위에는 쪽지가 놓여 있었다. 예이츠 씨는 우리 집 성경에서 한 페이지를 찢어, 크고 굵은 글씨로 이렇게 써 두었다.


    ‘너도 하나 가진 것 같아.’


    나는 그 쪽지를 아버지에게 보여 주었고, 우리는 조각들을 맞춰 보았다. 이것은 아버지 쪽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무언가가 우리 안에 산다. 예이츠 씨라는 예외를 제외하면, 그것은 조용하고 음험하다. 그리고 너무 오래 곪도록 내버려 두면, 결국 완전히 장악할 수도 있다. 무슨 이유에서든 그러지 않기로 결정하지 않는 한. 아버지의 경우, 그 존재가 반항한 것이다. 조부모의 경우에는… 우리는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린 동생들에게도 그것이 있을 가능성을 꺼냈지만,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가족이지만, 그런 의미의 가족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밤에 깨거나 몽유병을 겪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건 이 현상의 일반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예이츠 씨가 예외였고, 정상이 아니었다. 보통은 안에 있는 무언가가 가만히 머물러 있다. 어느 날 밤, 그저… 스위치를 뒤집을 때를 기다리며.


    아버지는 매일 밤 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가끔은 내가 여전히 나인지 확인하려고 나를 깨우기도 했다. 우리는 반응을 유도해 보려고 몇 가지를 시도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어느 날 밤, 나는 잠이 들락 말락 한 상태로 누워 있다가 내 눈이 열리는 것을 느꼈다. 잠에서 깨어났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의지와 상관없는 근육 반응처럼 느껴졌다. 깨어 있지 않은 채로 보는 기묘한 감각이었다. 방 안을 둘러보는 동안, 내 손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나는 스스로를 깨우고, 움직이려고 애썼지만, 꿈속에서 달리려는 것 같았다.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었고,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나는 이것이 통제권을 잃는 감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밤도둑이 내 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그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걸 알고 더 대담해졌는지도 모른다. 애쓰면 입술을 아주 조금은 움직일 수 있었지만, 말할 수는 없었다. 다만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다. 입술을 움직이고, 숨을 내쉴 때 한 단어가 빠져나올 만큼은 거칠게.


    “…보인다.” 나는 숨을 내쉬었다. “…보인다.”


    내 안의 무언가가 바짝 긴장했다. 나는 침대에 다시 누운 채 눈을 감았다. 점점 더 깊은 잠 속으로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고,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무언가가 통제권을 잡는 그 순간, 나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나는 곧 알게 될 참이었다.


    그건 무언가가 당신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느낌이다. 물리적으로, 아래로. 콘크리트 신발을 신은 것처럼 발끝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신은 자기 자신 속으로 점점 더 깊이 가라앉고, 너무 오래 떨어진 나머지 떨어지고 있다는 감각마저 사라질 때까지 내려간다. 마치 하늘에서 추락하면서 산책을 하는 척하는 것처럼.


    열심히 집중하고 한쪽 눈을 감으면, 내 몸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었다. 나는 돌아다니고 있었다.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 작고 조심스러운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걸음도, 내 행동도 아니었다. 나는 먼 곳에서 온 손님의 시선으로 그것을 보고 있었다.


    요란한 충돌이나 갑작스러운 충격은 없었다. 당신은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동안 당신을 붙잡아 두는, 나만의 공간으로 넘어간다. 주황색 모래가 있고, 강이 불로 이루어진 곳으로.


    그곳을 직접 경험한 일을 설명하는 것은 추상적인 감각에 가깝다. 진짜 장소는 아니다. 악몽도 아니다. 뒤돌아보았더니 등 뒤에 전혀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이다. 실망스럽거나 무섭지는 않다. 그저 왜 이제야 보았는지 화가 날 뿐이다.


    공기는 정제된 화학물질처럼 느껴진다. 태양은 단순히 태우는 게 아니라 당신을 익힌다. 불의 강은 끝없이 넓어지는 평야를 지글거리며 흐른다. 갈비뼈 언덕들이 버려진 시체처럼 세상 곳곳에 널려 있다. 별도 없다. 구름도 없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는 순간에는, 거의 아름답게까지 느껴진다. 반응에 대한 반응, 또 그 반응에 대한 반응.


    하지만 그때 나는 손을 들어 눈으로 가져갔다. 충분히 세게 누르면,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싸우고 있었다.


    칼이 보였다. 천 조각이 사방으로 날리고 있었다. 피가 보였다.


    어느 순간에는 내 피부 위에서 지글거리는 열기를 느끼고, 다음 순간에는 눈을 통해 가느다란 빛을 억지로 밀어 넣어 나를 밀어내려는 손들을 본다. 귓속으로 엇박자의 맥박이 밀려들고, 누군가 그만하라고 애원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동안 불은 강을 따라 끓어오르며, 거대한 흑요석 블록들로 이루어진 미로를 뱀처럼 감아 흐르고 있었다.


    잠깐, 정말 세게 누르면 이미지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눈을 긁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는 듯했다. 손가락 끝이 저렸다. 나는 지켜보았고, 내 머리가 아래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 내 손에서 칼이 떨어졌다.


    나는 문지르고, 비틀고, 돌렸다. 눈은 붉어졌지만, 표면을 간신히 긁는 정도일 뿐이었다. 뚫고 나갈 수 없었다. 곧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내가 무엇을 경험하게 될지 깨달았다. 그곳과 그 정신 상태 안에 영원히 갇힐 가능성이 떠오르자, 가슴속으로 공허가 퍼져 나갔다.


    ‘영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끝없이 상기시키는 거울의 방처럼.


    나는 주황색 모래 위에 주저앉았다. 깨달음의 무게가 내 안에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위로받을 수 없었다. 그곳, 불과 고통 옆에 앉아 있으면서도, 나는 평생 그토록 차가운 감각을 느낀 적이 없었다. 이게 끝일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의 끝.


    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누군가 내 옆에 앉았다. 해골이 기억난다. 깨끗한 골격 위에서 살점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힘줄과 골수가 터지듯 튀더니 먼지로 바스러졌다. 그런데도 그 자세는 이상하리만치 편안해 보였다. 심지어 다정하게도.


    “…시간 있어?” 유리판 너머에서 울려오는 듯한 먼 목소리가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이 내게 질문을 했지만,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것은 다시 물었다.


    “…믿어?”


    우리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끝난 거 아냐.”


    반응할 틈도 없이 뼈만 남은 손가락들이 내 뒤통수를 붙잡았고, 내 얼굴을 불의 강 속으로 처박았다.


    그 원초적인 고통은 실내 냉방기의 부드러운 바람으로 바뀌었다. 나는 갑자기 거실에 서 있었다. 손에는 고기 연육 망치가 들려 있었다.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손은 베이고 멍들어 있었다. 한쪽 눈에는 아직도 불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화상이 너무 강렬해서 손으로 눈을 가려야 했다. 나는 망치를 떨어뜨리고 한 걸음 물러나려 했지만, 그대로 바닥에 무너졌다. 운동 기능은 아직 잠든 상태였다.


    “해냈구나.” 아버지가 떨리는 손으로 말했다.


    “네.” 내가 말했다. “네.”


    “그곳은… 흐려지는 것 같아. 그냥 감각만 기억하게 돼.”


    나는 숨을 고르려 애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파요. 지옥처럼 타요.”


    “그래.” 아버지가 동의했다. “지옥처럼.”


    다음 날 아침, 나는 기억나는 것을 적어 두었다. 일부는 흐려졌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그날 내가 적은 내용 대부분이 오늘 이곳에서 내가 여러분에게 설명할 수 있는 묘사의 바탕이 되었다.


    예이츠 씨가 말했던 것처럼, 그 존재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것을 밀어내기 시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 나는 몇 번 아슬아슬한 순간을 겪었지만, 어떻게든 버텨 냈다. 그날 이후 어떤 밤에는 나를 가둬 두거나 묶어 두어야 했고, 눈의 부기도 더 심해졌다. 하지만 조금씩, 그것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곳의 이미지들도 함께 사라졌다. 지금 내게 남은 것은 단어들과, 배 속 깊은 곳 뒤편에 남은 희미한 감각뿐이다.


    돌아보면, 나는 예이츠 씨가 옳지 않았기를 바란다. 그가 멍청했거나, 틀렸다고 생각하고 싶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곳을 다시 보게 된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는 멍청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전체 그림을 다 알지 못했을 뿐이다.


    어쨌든, 마른 눈은 낫는다. 베인 상처와 멍도 낫는다. 나는 밤에 깊이 잠들고, 그 형성기의 고등학교 시절은 오래전에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도 내 안의 어느 부분은 생각한다.


    내가 깊이 잠든 사이에도, 나는 정말 나일까.




    [해설]

    가족이 갈라진 뒤 아버지와 살게 된 화자는, 밤마다 아버지의 몸에 ‘예이츠 씨’라는 낯선 존재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존재는 아버지 쪽 혈통에 깃든 무언가가 있으며, 언젠가 완전히 몸을 차지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후 화자 역시 잠든 사이 몸을 빼앗기고, 주황색 모래와 불의 강이 흐르는 끔찍한 공간에 갇혔다가 가까스로 돌아온다.

     

    원문 링크: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1tl48c0/as_i_soundly_sleep/

    작성자: u/Satur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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