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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등산로 끝에 스프레이로 그어진 흰 선의 정체레딧 짧은 괴담 번역/단편 괴담 2026. 9. 7. 18:44반응형
[Reddit] 등산로 끝에 스프레이로 그어진 흰 선의 정체
워싱턴주에 등산로가 700마일, 그러니까 1,100킬로미터 넘게 깔려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을까? 이 얘기를 꺼낼 때마다 사람들은 그 숫자의 크기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700마일이면 많긴 하지, 근데 뭐 그렇게까지 대단한가.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잠깐 멈춰서, 끊기지 않고 이어진 700마일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 거리인지 생각해 보라. 미국인이 하루에 출근하려고 차로 달리는 거리가 얼마나 되나? 10마일, 20마일쯤? 그것의 일흔 배다. 게다가 그건 등산로다. 차 같은 호사는 못 누린다. 걸어야 한다.
물론 700마일을 통째로 걷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 숫자는 주 전체에 흩어진 수천 개의 길을 다 합친 것일 테고, 그중에 유별나게 긴 길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부터가 '등산로'인가? 그걸 누가 다 세고 있나? 워싱턴 주립공원 관리국? 그 '700마일'에는 정확히 뭐가 들어가 있는 걸까? 워싱턴주에 있는 이름도 표지도 없는 샛길과 발자국 길까지 전부는 아닐 거다. 그건 내가 장담한다. 그리고 어떤 길은 갈라진다. 그걸 잊으면 안 된다.
등산을 시작한 지는 삼 년 반쯤 됐다. 직장은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쪽에 가깝고, 방 하나 화장실 하나짜리 내 아파트 근처에서 걸을 만한 곳은 뻔해서 금세 질린다. 다행히 괜찮은 등산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데 살지만, 좋은 길은 죄다 시 외곽에 있다. 반년쯤 지나자 반경 10마일 안의 코스는 전부 걸어버렸고, 주말이면 차를 몰고 근교 시골로 나가 구경을 다니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코스에 도전한 적은 없다. 자연 속에서 한두 시간, 길어야 세 시간쯤 빠르게 걷는 걸 즐길 뿐이지, 얼마 되지도 않는 용돈을 등산화나 장비에 쏟아부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적당히 가까운 조용한 공원을 찾으면, 거기 있는 길을 전부 걸어본 다음에야 다음 공원으로 넘어가곤 했다.
그러다 짐승을 알게 됐다.
넉 달쯤 전 일이다. 그때 나는 쉬는 주말마다 브래큰 폭포라는, 작지만 제법 볼만한 공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공원 옆을 지나는 시골 국도에서 보면 주변의 빽빽한 숲과 구분이 안 간다. 그런데 관리도 안 된 자그마한 주차장에서 몇백 야드만 들어가면, 가느다란 숲길이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근사한 폭포를 감고 돈다. 폭포라고 해봐야 울퉁불퉁한 석회암 위로 20피트쯤 떨어져 아래 개울로 쏟아지는 게 전부인데, 그 모습이 이상하게 숨이 멎을 만큼 좋았다. 내가 본 자연경관 중에 제일 대단한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이런 게 여기 있었다는 놀라움이 기대치를 그만큼 끌어올린 것 같았다. 평범한 것이 신화가 됐다.
길은 거기서부터 올라간다. 폭포 위까지 데려다주고, 그 발원지를 지나, 더 깊은 숲속으로 파고든다. 그다음부터는 네다섯 번쯤 갈라지는데, 갈라진 길들이 서로 얽히고 되감기며 결국 엉망으로 뒤엉킨 매듭 같은 게 된다. 그 뒤엉킴도, 공원의 풍경도 좋아서 나는 한 달 내내 그곳을 다시 찾았다.
사람이 없다는 것도 내 취향에 맞았다. 그 공원이 주에서 공식으로 지정한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도에는 잘 나오지도 않았다. 위치를 알려면 인터넷으로 검색해야 했고, 찾아냈다 해도 어지간히 외진 곳이었다. 지친 트럭 기사들과 길 잘못 든 통근자들이나 다니는 도로 옆에 어정쩡하게 붙어 있었으니까. 나는 오히려 그게 마음에 들었다. 갈 때마다 마주치는 사람이 서넛을 넘는 일이 없었고, 나한테는 그게 딱이었다.
짐승 얘기를 들은 건 브래큰 폭포에 다섯 번째로 갔을 때였다.
늘 다니던 코스대로 걸었다. 폭포를 지나 숲으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두 번, 오른쪽으로 세 번, 그다음 1마일쯤 직진했다가 돌아 나오는 길을 찾는 식이다. 그런데 그날은 그중 한 갈래로 3분의 1마일쯤 들어갔을 때, 전에 못 보던 게 눈에 들어왔다. 작은 풀밭을 막 지난 자리에서, 풀이 벗겨진 가느다란 흙길이 비스듬히 뻗어 있었다. 공원의 다른 길들은 아무도 가지 않는 방향이었다.
그동안 못 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데다, 들어갈수록 나뭇가지가 아래로 축 늘어져 길을 막아서, 애초에 사람 다니라고 낸 길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 실낱같은 길을 반 마일쯤 따라가자 길이 뚝 끊겼다. 되돌아 감기지도 않고, 다른 길이 갈라져 나가지도 않고, 뭔가 의미 있어 보이는 장소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양옆에 굵은 나무가 몇 그루 서 있는 정도였고, 그 외엔 말할 게 없었다. 바닥만 빼면.
거기, 흰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아무렇게나 갈겨쓴 글자가 있었다. 「짐승」. 그리고 삐뚤빼뚤한 화살표가 숲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화살표 끝에는 역시 스프레이로 그은 가느다란 흰 선이 있었다.
그걸 보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공원에 온 사람들 놀려먹으려는 십 대들 짓이겠거니 했다. 페인트가 언제 뿌려진 건지 보려고 몸을 숙이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잠깐, 잠깐만."
지-이-익.
확 돌아섰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앞서 말했듯 브래큰 폭포에서 사람을 마주치는 일 자체가 드물었고, 나한테 말을 건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돌아서서 본 광경은 내가 예상한 것과 너무 달라서, 웃음을 참는 데 힘이 좀 들었다.
길가의 굵은 나무 뒤에서, 옷이 군데군데 해진 수염 난 남자가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왔다. 두툼한 손가락은 아직 바지 지퍼를 올리는 중이었다. 거칠게 짠 티셔츠는 다 해졌고, 늦은 점심으로 먹은 사우어크라우트와 디종 머스터드를 얹은 핫도그 자국이 묻어 있었다. 바지는 낡을 대로 낡았고 발목 위로 한참 짧았다. 흑백 운동화도 다 터졌고 도깨비바늘 씨앗이 잔뜩 붙어 있었다. 허리띠도 없는 바지 위로 배가 조금 나와 있었고, 수염은 아무렇게나 자라 지저분했다.
"미안, 오줌 좀 누느라. 자, 준비됐어?"
말끝을 웅얼웅얼 늘여 뭉개는 말투였다. 그가 나한테 뭘 물었다는 걸 알아채는 데 몇 초 걸렸다.
"네…? 뭐라고요?"
"준비됐냐고 물었어. 짐승에 들어가려는 거 아냐? 근데 이건 어디서 들었어? 인터넷? 아니면 친구가 알려줬나? 나는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알게 됐는지 듣는 게 재밌더라고."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저기요, 뭔가 잘못 아신 것 같은데요. 저는 그냥 폭포 보러 온 거예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남자는 눈을 조금 크게 떴지만, 그 외엔 표정이 별로 변하지 않았다. "아하. 그냥 등산객이구먼. 도전 얘긴 못 들었고."
"도전이요?"
"그래, 여긴 도전 코스야."
그 말에 몇 가지가 맞아떨어졌다. 하긴. 워싱턴주에 도전 코스가 드문 건 아니다. 주립공원 중에는 지도에 아예 그렇게 표시해 둔 곳도 꽤 있다. 다만 그런 안내가 하나도 없는 도전 코스는 흔치 않다. 주변 길보다 지형이 훨씬 험한 길에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선 사람은 실제로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이렇게 작고, 아마 공식 지정도 안 됐을 공원에 도전 코스가 있다는 건 더 이상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더 뻔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근데 저 선 너머엔 길이 없는데요."
수염 난 남자가 낄낄 웃었다. "여기서는 길이 안 보이지. 여기가 끝이니까. 저 선을 도로 넘어오면 도전은 끝나는 거야."
나는 미심쩍은 눈으로 스프레이 자국을 다시 봤다. 이게 정말 '도전 코스'라면 어지간히 수상한 코스였다. 표지판도, 경고문도 없고, 다시 말하지만 길도 없었다.
"좋아요. 여기가 끝이면, 시작은 어딘데요?" 걸어볼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이 남자가 그 길을 얘기하는 방식이 이상하게 궁금증을 건드렸다.
"시작은 선 바로 너머야. 선을 넘으면 거기가 출발점이고, 거기 가면 그냥 여기로 돌아오기만 하면 돼. 저 선까지 돌아와야 도전이 끝나는 거야. 알겠어?"
어째선지 더 헷갈렸다. 이쯤 되니 이 사람이 일부러 나를 갖고 노는 건가 싶었다. 이번엔 내가 웃을 차례였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남자가 씩 웃었다. "그래, 모르겠지. 처음 온 사람들의 그 부분이 제일 좋아. 자기가 뭐에 뛰어드는지 하나도 모르거든. 그래서 내가 여기 죽치고 있는 거야. 배웅해 주는 게 좋아서. 궁금하면 규칙은 알려줄게. 도전은 선을 넘어야 시작되니까."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서 "됐어요" 하고 돌아서서 집에 갔어야 했다. 그런데 그 호기심 많은 쪽이, 공원 하나를 떠나기 전에 길을 전부 걸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 빌어먹을 뇌의 한구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뭐, 안 될 게 뭐 있어?
"좋아요, 들어나 보죠. 규칙이 뭔데요?"
남자의 웃음이 더 커졌다. 때 묻은 볼이 실눈 쪽으로 밀려 올라갔다. 그가 손뼉을 치자 먼지와 때가 작게 풀썩 날렸다.
"자,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말했듯이 도전은 선을 넘어야 시작돼. 근데 한번 넘고 나면, 여기로 돌아오기 전엔 안 끝나. 무슨 일이 있어도. 도전을 끝내고 싶으면 이 선까지 돌아와야 해. 알아들었어?"
나는 한숨을 쉬고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렇다 치죠."
"출발한 자리 근처에 길이 하나 있을 거야. 좀 헤매야 찾을 수도 있는데, 어쨌든 늘 가까이에 있어. 길을 잃으면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마. 그랬다간 눈 가리고 숲을 뛰어다닌 것보다 더 심하게 길을 잃어. 길을 놓쳐도 앞으로 계속 가. 뒤로만 안 가면 다시 찾게 돼 있어. 아직 따라오고 있나?"
이 사람은 미쳤거나 나를 놀리는 거다. 그건 이제 백 퍼센트 확신했다. 어느 쪽이든 맞장구를 쳐주는 편이 낫겠다 싶어, 나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서 다른 걸 만나면… 뭐, 보면 알아. 아직 도전을 끝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좀 있을 거야. 그중엔 괜찮은 놈도 있고, 아닌 놈도 있고. 여기 바깥이랑 똑같지. 낯선 사람 대하듯 조심해서 대해."
숲 한복판에서 헛소리하는 수염 난 노숙자처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자, 이건 중요하니까 잘 들어. 넌 죽을 수 없어. 알아들었어? 어떤 기분이 들든, 무슨 생각이 들든, 그 안에 있는 어떤 것도 널 죽이진 못해."
나는 슬쩍 뒤로 물러서며 결국 입을 열었다. "지금 저 협박하시는 거예요?"
남자는 두 손바닥을 내 쪽으로 펴 보였다. "전혀 아니야, 친구.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넌 죽을 수 없다고 말해주는 거야."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니까 이 길이 위험하다는 거예요? 아니면, 안 위험하다는 건가?"
"그런 말은 안 했어. 죽을 수 없다고 했지."
멀리서 매미 울음이 웅웅거렸다. 근처 나무 꼭대기에 햇빛이 스쳐, 이 기괴한 대화에서 잠깐 정신이 팔렸다. 해가 지고 있었다. 이 미친 사람이랑 어두운 숲에 남는 건 정말 사양이었다.
"저기요, 저는 그냥 갈게요. 그 '도전'은 다음에 해보든가 하죠."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그런데 눈에는 재미있어하는 기색 같은 게 반짝였다. "괜찮아, 친구. 누구나 짐승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매미 소리가 커졌다.
그 말투의 어딘가가 내 안에 불씨를 지폈다. 혀끝까지 굴러 나온 독한 말을 삼키려 했지만, 그 잘난 척하는 목소리가 자꾸 신경을 긁었다. 대체 이 사람은 뭐 하는 인간인가? 하루 종일 여기 서서 쉬러 온 사람들 겁이나 주고 있나? 그냥 바닥에 그은 선 하나 아닌가. 대체 누굴 속이려고?
그리고 나는 그걸 그대로 입 밖에 내고 있었다.
"이봐요, 이건 그냥 바닥에 그은 선이에요. 아, 귀엽긴 하네요. 이거 직접 뿌리신 거예요, 아니면 원래 있던 걸 보고 장난이나 쳐볼까 싶었던 거예요?"
남자는 아무 표정 없이 나를 봤다.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간 것 같았다.
그래, 됐어.
"여긴 길 같은 거 없다니까요, 보세요!"
매미 소리가 귀가 먹먹할 만큼 커졌다. 우리 주위를 새까맣게 둘러싼 것처럼. 나는 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뒤에 있는 남자를 살필 정신도 없었다.
"어이, 조심해! 그 선을 넘으면, 그-"
내 운동화 앞코가 선 위에 닿는 순간 그의 목소리가 끊겼다.
숲이 한꺼번에 조용해졌다. 귀청이 떨어질 것 같던 매미 소리가 멎었다. 서서히가 아니라 한순간에, 최대 볼륨으로 틀어둔 라디오의 전원을 뽑아버린 것처럼. 화가 나 있어서 바로 알아채지는 못했지만, 하늘에서 해가 사라져 있었다.
나는 돌아섰다. "봐요, 이게 뭐 어때서요? 왜 여기서 사람 겁이나 주-"
수염 난 남자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바닥에 적혀 있던 글자도 없었다. 길 옆의 굵은 나무들도 없었다. 그 자리에는 훨씬 가느다란 버드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길도 없었다. 사실 전부 없었다. 나는 완전히 다른 곳에 서 있었다.
나는 홱 몸을 돌렸다. 하려던 말도, 숨도 입에서 사라졌다. 땀에 젖은 이마를 서늘한 바람이 쓸고 지나갔다. 버드나무 잎들이 소리 없는 가락에 맞춰 사각거렸다.
없었다. 전부 사라졌다.
"아니야, 아니야…" 나는 믿기지 않아 중얼거렸다. "아니, 이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길, 길이 어디 갔지? 어디 갔냐고?! 남자도, 글자도, 길도, 그 빌어먹을 길이 어디로 갔어, 그 망할 등산로가 대체 어디로— 내가 기절했던 건가? 그래, 그거야, 그럴 거야, 그 노숙자가— 아니 노숙자가 아닐 수도 있지만, 노숙자였을 수도 있지, 그래, 그랬을 수도 있어— 나한테 약을 먹인 거야, 그거야, 그거밖에 없어, 약을 먹이고 숲으로 끌고 와서 어두워질 때까지 여기 버려둔 거고, 지금 근처에서 지켜보면서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기다리고 있고 그리고—
"거기 누구 없어요!?" 나는 어둠 속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오오?! 아무도 없어요!?"
끊이지 않는 바람 소리 말고는 섬뜩할 만큼 조용했다. 살아 있는 것의 소리가 하나도 없었다. 새도, 다람쥐도, 벌레도. 겁에 질린 내 숨소리와 서늘한 밤바람뿐이었다.
생각해, 생각만 해. 지금 무너지면 안 돼. 패닉은 안전해진 다음에 실컷 부려. 지금은 길을 찾아. 그 남자가 뭐랬지? '길은 가까이 있다'고 했어, 그래. 안 보여도 가까이에 있는 거야.
나는 숨을 세 번 짧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으며 심장이 좀 가라앉기를 빌었다. 침착한 척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뭐라도 알아내려고 필사적이었다. 뒤쪽 버드나무들은 남쪽으로, 적어도 내가 남쪽이라고 생각한 방향으로 뻗어 있었고, 앞쪽은 나무들이 드문드문 뒤섞여 있었다. 그쪽엔 참나무와 전나무, 자작나무가 뒤엉켜 있었지만, 뒤쪽 버드나무들은 간격이 고르고 빽빽했다.
자, 길이 있다면 어느 쪽일까? 아무렇게나 자란 나무들 한복판? 아니면 고속도로 가드레일처럼 양옆으로 버드나무가 늘어선 쪽?
그렇지. 물론 여기에 논리가 통한다는 전제하에. 그런데 그건 위험한 전제 아닌가? 너 방금 선 하나 넘고 시공간을 이동했잖아, 친구. 진짜로 여기에 논리가 통할 것 같아? 생각해 보면, 네 머리가 멀쩡하다는 건 확실해? 애초에 나무는 얼마나 안다고? 저게 정말 버드나무 맞아?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조금이라도 알기는—
그만. 들이쉬고. 내쉬고. 저건 버드나무다. 간격이 고르다. 그러니 저쪽으로 간다.
나는 버드나무 숲을 향해 비틀비틀 걸었다. 다리가 돌덩이에 묶인 막대기처럼 발을 끌었다. 가지들을 최대한 우아하게 헤치고 나아갔다. 그러니까, 전혀 우아하지 않았다.
앞에 나타난 것은… 흙이 드러난 작은 땅뙈기. 흙과, 또 버드나무들.
여긴 길 없어, 친구. 이봐. 어이. 그만해.
계속 가는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찾게 된다고 했으니까. 그 말이 사실이라면. 달리 붙잡을 게 뭐가 있나?
어둠 속을 삼십 분 가까이 헤맨 끝에 마침내 길을 찾았다. 그걸 본 순간 나는 울 뻔했다.
그래서 이제 뭘 하지? 어느 쪽으로 걸어? 그게 중요하긴 한가? 길은 길이다. 오래 따라가면 어딘가에는 닿는다. 아니면 죽은 풀 위에 「짐승」이라고 스프레이로 적힌 막다른 길이 나오든가. 그런데 내가 찾는 게 바로 그거잖아?
지금까지 온 방향이 남쪽이었다면 동쪽에 해당할 방향으로 길을 따라 걸었다. 200야드쯤 갔을 때 이해가 안 되는 광경이 나타났다.
길가에 커다란 자판기 두 대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벤치도, 탁자도, 쓰레기통도 없었다. 자판기 안 조명은 꺼져 있었지만 물건이 가득 차 있는 건 보였다. 도리토스와 트윅스, 생수가 그득했다.
그래도 문명의 흔적이네.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앉을 데가 없다. 자판기 코드를 꽂을 데도 없다. 이상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나무에 달린 종이었다.
자판기 바로 뒤에 커다란 나무 몇 그루가 주변 버드나무들 위로 솟아 있었다. 30피트는 족히 넘어 보였다. 줄기 10피트쯤 높이에는 크게 부푼 혹들이 껍질을 뚫고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나무에 박아 넣은 듯한 가느다란 막대에 작은 금빛 종들이 매달려 있었다.
이거 볼만하지 않나? 임신한 나무 본 적 있어?
그 생각이 너무 갑자기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목소리가 가늘고 힘없이 새어 나왔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종 하나가 희미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웃음이 목구멍에서 곧바로 죽었다. 겨우 들릴락 말락 한 딸랑임이었고, 종은 부드럽게 흔들렸다. 소리가 점점 커지지만 않았다면 그냥 바람인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리는 커졌고, 더 커졌다. 그러더니 다른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또 하나. 또 하나. 몇 초 만에 종들이 전부 미친 듯이 흔들리며, 아무 소리도 없던 밤을 두들겨댔다.
나는 마비된 것처럼 서 있었다.
들어보라, 저 종소리, 어여쁜 은빛 종소리.
그 생각도 앞의 것만큼이나 터무니없었지만, 이번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종소리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무언가 쩍 갈라지는 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나무 하나의 튀어나온 혹에서 껍질이 갈라졌다.
다시 묻는다. 여기에 논리가 통하나? 아니면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상대하고 있는 건가?
사람의 손이 밖으로 뻗어 나와, 손가락으로 주위의 껍질을 긁어냈다.
나는 그때 달렸다.
1부 끝.[해설]
워싱턴주의 이름 없는 작은 공원에서, 화자는 막다른 길 바닥에 스프레이로 적힌 「짐승」이라는 글자와 흰 선을 발견한다. 수염 난 남자가 그 선 너머는 '도전 코스'라며 규칙을 늘어놓지만, 화자는 장난이라 여기고 홧김에 선을 밟는다. 그 순간 해도, 남자도, 길도 사라진 다른 숲에 혼자 남는다.
원문 링크: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1w9l9b0/enter_the_beast/
작성자: u/ChrisTheKnight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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