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dit] 1998년 엄마의 취재 수첩에 적혀 있던, 성당을 개조한 그 식당의 정체
아래는 젊은 시절 작가였던 우리 엄마가 1998년에 쓴 일기를, 한 글자도 빼지 않고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일주일 전 옷장 안쪽에서 그 공책들을 찾았는데, 누구한테든 보여주지 않으면 터져 버릴 것 같아서 올린다. — 1부
가을의 첫날에 그해 첫눈이 내렸다. 발코니로 나서자 마당의 익숙한 형체들 위로 새하얀 이불이 덮여 있었고, 내 손으로 키운 식물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덩어리가 되어 낯선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직 잠이 덜 깬 채였는데 바깥의 찬 공기 벽에 얼굴을 부딪히자 순식간에 정신이 들었다. 뜨거운 블랙커피를 조금 더 꽉 쥐고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주머니에서 라이터와 말보로 갑을 꺼냈다. 살을 찌르는 산 공기가 좋아서 동쪽을 향해 앉아, 곧 떠오를 해를 예고하는 눈부신 주황빛 구름을 바라봤다. 그 고요를 깬 건 까마귀였다. 지붕 위 둥지에서 날아오른 놈이 쇳소리 같은 비명을 지르며 하늘에 검은 실루엣을 그었다. 담배 한 개비를 뽑아 입술 사이에 물고, 낡고 두툼한 휴대폰을 열어 알림을 확인했다.
회사에서 온 부재중 전화 한 통. 젠장.
휴대폰을 귀에 대고 다른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여 길게 한 모금 빨아들이는 동안 통화 연결음이 울렸다. 성실한 직원답게 랜디는 거의 곧바로 받았다.
"헤이, 로리! 잘 지냈어?" 손님 상대할 때 쓰는 그 지나치게 밝은 목소리는 언제나 과했지만, 이 이른 아침에는 유독 더 거슬렸다.
"빅 뉴스가 있어."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윗분들이 네가 책상 앞에서 너무 오래 굴렀다고 생각하시더라고. 드디어 내가 설득해서 널 현장에 내보내기로 했어. 네 첫 정식 임무야! 너 주려고 따로 빼둔 건이 하나 있거든."
자랑스러운, 어딘가 아버지 같은 말투였다. 그가 나 대신 들떠 있다는 게 느껴졌고, 나도 그 말에 솟구치는 흥분을 누를 수 없었다. 초자연 현상 잡지에서 기사를 교정한 지 벌써 일 년이 다 되어 갔다. 꿈꾸던 자리이긴 했지만, 저널리즘 석사까지 마친 내가 고등학교를 중퇴한 동료들(하나같이 나보다 다섯 살은 어리다)의 맞춤법이나 고쳐 주는 일을 자존심이 얼마나 더 버텨 줄지는 알 수 없었다.
세상에는 들려줄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그렇게나 많았다. 파헤칠 민담도, 취재할 도시전설도. 하지만 이 바닥에서 광고주가 관심 있는 건 오직 독자 반응뿐이고, 독자가 원하는 건 싸구려 슬래셔 영화를 틀어 놓고 곁들여 삼키기 좋은, 캠프파이어 앞 잡담 수준의 이야기뿐이라는 걸 나는 금방 배웠다.
"말해 봐, 랜디. 무슨 얘긴데?"
"음…" 명랑하던 말투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첫 임무잖아. 좀 덜 위험한 걸 주는 게 낫겠다고 봤어."
개자식.
나는 그의 톤을 맞춰 보려 했지만 어색하게 튀어나왔다. 내가 의심한다는 걸 그도 안다는 게 느껴졌다.
"어디로 보내는 건데?"
"식당이야. '하이웨이 하우스'라고. 여기서 차로 일곱 시간쯤, 하트퍼드 고속도로 옆에 있어. 뭐, 이름값은 하네." 그가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눈을 감고 맑은 공기 속으로 연기를 천천히 뱉었다.
"그 집 관련해서 제보 전화가 여러 번 왔어. 그게 좀 오싹해. 들어 봐, 오래된 성당 앞쪽에 싸구려 식당을 갖다 붙여 놨대! 사람들 어떤지 알잖아. 에디가 북쪽에서 크립티드 사냥 취재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 버틸, 재밌고 으스스한 오컬트 이야기 하나쯤은 다들 원한다고. 마침 거기서 '웨이트리스 구함' 광고를 냈더라. 위장 취업해서 속속들이 캐 오면 돼."
그제야 내가 왜 드디어 뽑혔는지 알았다. 그들은 내 가능성 같은 걸 알아본 게 아니었다. 나는 그냥 사무실에서 유일한 여자였고, 그래서 이 일에 제일 적합했을 뿐이다. 휴대폰을 접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이 건을 맡지 않으면 사무실 책상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원고 더미를 떠올렸다. 이건 혼자 힘으로 치고 나갈 기회였고, 여기서 실력을 증명하면 내게 필요한 그 한 방이 될 수도 있었다. 길고 불편한 침묵을 겨우 끊고, 나는 언제 출발하면 되는지, 이번 주 교정 일은 그대로 끝내야 하는지 물었다.
"오, 로리. 그런 근성이 우리가 좋아하는 거지. 근데 새로 들어온 애가… 이름이 잭이었나? 걔가 맡으면 될 것 같아."
나는 담배를 의자 금속 팔걸이에 그대로 비벼 껐고, 거기엔 작고 갈색인 자국이 남았다. 추가 업무를 안 해도 된다는 건 물론 다행이었지만, 그들이 내 일에 매기는 값이 딱 그 정도라는 게 짜증스러웠다.
잭은 알파벳을 눈앞에 펼쳐 놔도 순서대로 못 읽을 애다. 걔가 내 일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짐 싸. 첫 근무가 내일 아침이라 오늘 밤까지는 도착해 있어야 해."
살짝 얼떨떨한 채로 나는 고맙다고 했다. 주말에 딱히 약속도 없었으니, 또 하루의 텅 빈 시간에서 이렇게 빨리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조금 들뜨는 걸 어쩔 수 없었다. 짐은 가볍게 쌌다. 회사가 나를 얼마나 오래 거기 둘지도 몰랐고, 어떤 환경에 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더플백에는 여벌 청바지 하나와 플란넬 셔츠 몇 장, 두꺼운 울 스웨터를 넣었다. 현금 뭉치와 플라스틱 물병, 휴대폰, 커다란 디지털 카메라 몇 대까지 챙기고 나서, 가방을 어깨에 멘 채 짐을 끌고 계단을 내려갔다. 품에는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 엄마가 사 준 두툼한 파란색 타자기를 안고 있었다. 빈집을 잠그고 몇 초쯤 올려다보며 서 있었다. 이 집이 싫은 건 아니었다. 다만 내 물건을 전부 들고 나와 버리니, 원래도 적적하던 집이 더더욱 슬픈 껍데기처럼 보였다. 나는 등을 돌리고 서둘러 차로 향했다.
결국 해가 산꼭대기를 완전히 넘어오기도 전에, 나는 진입로를 빠져나와 해를 등지고 서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내려오는 멀미 나는 구간이 끝나자, 목적지까지 남은 긴 고속도로에서 주행은 한결 느긋해졌다. 곧고 평평한 길이 지평선까지 뻗어 있었고, 사방은 초록과 노랑이 물결치는 들판이었다. 눈에 띄는 거라곤 송전탑뿐이었다. 괴물처럼 크고 위압적인 그것들은, 이 텅 빈 땅마저 전기와 현대 문명에 정복당했다는 증거로 세워진 작은 바벨탑 같았다. 해가 높아지면서 한기가 걷혔고, 뻗은 팔뚝에 따뜻한 빛이 닿는 게 느껴졌다.
랜디는 내 아버지인 척 이메일을 보내 일자리를 확정해 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재 목적은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한다고 다시 일렀다. 그 조언은 따를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임기응변까지 못 할 건 없었다. 조수석을 더듬어 휴대폰을 찾아 번호를 누르고 귀에 댔다. 작은 스피커에서 숨소리 섞인 높은 목소리가 나를 맞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하이웨이 하우스, 실비아입니다."
"안녕하세요, 실비아. 저는 최근에 채용된 로레인 시세로라고—" 배경에서 들려온 소리에 말이 끊겼다. 새 울음소리 같았다. 그리고 점점 커지고 있었다.
"죄송한데, 제가 방해가 됐나요?"
"아아, 로레인! 아니에요, 전혀. 얘기 많이 들었어… 밸…, 다른 애들도 … 만나고 싶대요."
배경 소음은 커지기만 했다. 째지는 소리와 울부짖음이 뒤섞인 쓴 합창이, 안 그래도 잡음투성이인 통화에 끼어들어 이제는 몇 마디밖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 죄송해요 실비아. 소리가 끊겨요."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갑자기 이 통화를 얼른 끊고 싶어졌다.
저쪽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하나도 남지 않았고,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대화를 마무리하려 했다.
"잡음 때문에 정말 죄송해요. 그럼 내일 아침 첫 근무 때 뵐게요."
막 끊으려는 순간 소음이 뚝 그쳤다. 그리고 그 위로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아주 침착하고 아주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거 좋겠네요, 로레인. 동트기 전에 와서 커피 한잔하면서 인사나 나눠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전화가 끊겼다.
통화를 하는 동안 이유 없이 입안이 바싹 말라 있었다. 나는 침을 세게 삼키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 두 손을 핸들에 단단히 올리고 등을 시트에 붙인 채, 시선이 도로에서 흘러나가도록 내버려 뒀다.
뭐 어때. 이런 데선 원래 신호가 잘 안 잡히니까, 어떤 방송 전파랑 간섭이 생겼을 수도 있지. (내가 휴대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하나도 모른다는 게 티가 나나?) 아니면 식당에서 틀어 놓은 뭔가가 일그러져 들린 것일 수도 있고. 그 통화를 설명할 평범한 이유는 백만 가지쯤 있었다.
그래도 뭔가 평범하지 않은 것을 바라는 마음이 목구멍까지 치밀었다. 이 길 끝에서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든, 취재는 이미 시작된 셈이었다.
[해설]
1998년, 초자연 현상 잡지의 신참 기자 로레인은 첫 현장 취재로 오래된 성당 앞쪽에 갖다 붙인 고속도로변 식당에 위장 취업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출근 전 식당에 건 전화에서는 새 울음 같은 기괴한 소음이 통화를 뒤덮고, 소음이 멎은 뒤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동트기 전에 오라고 말한다.
원문 링크: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1w46pir/i_worked_at_a_diner_inside_of_a_renovated/
작성자: u/Fast_Preference_2625